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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1일 화요일

안녕 / 안녕달 그림책 / 창비

안녕 / 안녕달 그림책 / 창비

만남, 이별 그리고 다시 만남. 안녕달 작가의 장편(長篇) 그림책 안녕 분석 리뷰. 이번에도 스포일링 때문에 줄거리는 생략하고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본다.


내용에 있어서의 교훈적인 부분

안녕달 작가의 작품들은 역시 어른들을 위한 성인동화라고 봐야겠다. 이번 주제... 아니 혹은 소재는 자신의 필명인 안녕이라는 단어가 모티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말 안녕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물론 음의 톤이나 길이, 상황 즉, 짧게 발음하느냐, 길게 발음하느냐 등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이 작품은 안녕의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의미를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표현한 그림책으로 한 장면으로 요약한다면 발행정보가 나와 있는 마지막 페이지의 작은 네 컷 그림이다. 만나서 반갑고 함께하는 동안 정말 행복했으며 이별은 항상 아쉽고 슬프다. 그렇지만 안녕달 작가는 늘 희망을 말한다.


화풍과 연출

이번 작품은 수채화와 수채화용 색연필을 위주로 작업한 것으로 보이고 전체적인 구성은 4개의 서로 연관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간 순서대로의 배치는 아니니 앞장과 뒷장을 왔다갔다 보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색의 연출보다는 화면의 구성과 캐릭터의 설정, 세계관의 설정에 있어 독특함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지구가 아닌 별이라는 설정과 그곳에 사는 다양한 생물체들은 지구가 아니지만 지구에 존재하는 것들이 의인화되어 있다.

소시지(sausage) 모자(母子), 지구 강아지와 화성의 세 눈 고양이, 시끄러운 찻주전자와 찻잔 가족, 오래된 구식 다이얼 수화기와 전화기 노인들, 시곗바늘이 달려있는 탁상용 자명종 시계, 단추 꼬맹이들, 포크 가족, 크레용 아이들, 콜라병 아가씨와 정체가 좀 모호한 노란 알맹이 아이들, 개구쟁이 초콜릿들과 농성 중인 일회용 컵 캐릭터들, 딸기와 바나나 우유팩 친구들, 찰떡같이 붙어있는 초록과 주황의 젤리 연인들, 몽당연필 가족들과 심지가 달린 폭탄 아기들, 방화복을 입은 불씨, 조개 인어들 그리고 영혼 치유사 역할을 하는 거미인지 지네인지 좀 애매한 곤충 캐릭터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혹은 웃픈 점은 이 캐릭터들이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의 비인간성을 서로 아무렇지 않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의 다양한 잡동사니 같은 캐릭터들은 지구에서 데려온 강아지들이나 화성에서 데려온 고양이들을 숍(shop)에서 사고 안 팔리는 생물들은 버려진다. 이 밖에도 괴롭힘에 관한 문제나 왕따 문제, 고독의 문제, 자본주의의 폐해 같은 문제들이 블랙 코미디처럼 은연중에 담겨져 있다.

특히 소시지 캐릭터가 음식 소시지를 먹으며 캐릭터 소시지 아이를 낳고 소시지 응가를 싸는 설정은 안녕달 작가가 참 무서운 사람이구나 싶었다.


아쉬운 점

아쉬운 점은 없었다. 모든 것이 좋았다. 다만 굳이 하나를 적자면 이전 작품들에 비해 눈에 띄는 색 연출이 없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여백 연출이 좋아서 흠이랄 건 사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결론

안녕달 작가의 안녕. 이 작품은 인생은 우주를 떠도는 여행 같은 것이며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희망의 메시지인 동시에 현시대의 아픔을 풍자하는 웃픈 그림책이다. 조화(造化)될 것 같지 않는 이 행복과 불행의 충돌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안녕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시라. 만나서 반갑고 함께하는 동안 정말 행복했으며 이별은 항상 아쉽고 슬프지만 또 다른 인사(人事)가 늘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이후로는 더 이상 그림책 리뷰는 안 할 것 같지만 일단은 영화 트루먼 쇼의 마지막 대사로 글을 마무리한다.

못 볼지도 모르니 미리 말해 두죠.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잇


책 정보
, 그림 / 안녕달
발행연도 / 2018720
펴낸 이 / 강일우
펴낸 곳 / ()창비
페이지 수 / 표지포함 약 260페이지 정도
가격 / 2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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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0일 월요일

메리 / 안녕달 그림책 / 사계절

메리 / 안녕달 그림책 / 사계절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메리 분석 리뷰. 이번에도 스포일링 때문에 줄거리는 생략하고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본다.


내용에 있어서의 교훈적인 부분

이번에도 성인동화의 향기가 짙게 배어있는 스토리였다. 때문에 어떤 결과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인생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아니 좀 더 명확하게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새삼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이었다.

아마도 이번 그림책에서의 모티브 역시 작가의 시골에서의 경험들을 담고 있는 듯 하다. 왜냐하면 사건들의 순서 때문에 그런데 함께 살던 할아버지가 하늘로 떠나시던 날에도 아무에게나 꼬리를 치던 메리(개의 이름)의 모습이 이야기의 전반부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은 모두 떠나보낸 혹은 떠나간 뒤 남은 할머니와 메리가 함께 고기를 나눠 먹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그런데 메리가 이 집에서 함께 살게 된 이유는 설날에 오랜만에 찾아온 자식들과 손자들 그리고 모여 앉은 식탁에서 할아버지가 별 이유없이 우리도 갱생이 한 마리 키우자고 말하며 시작되었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의 순서를 좀 뒤로 배치했으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난 이 부분에서 처음엔 할아버지와 개의 우정이 스토리인가 싶었지만 또 표지 그림에서는 사료를 주러 나오는 할머니와 반가워하는 메리의 모습이 대문 사이로 표현되고 있었다. 그럼 주인공이 누구인가 하고 다시 곱씹어봤다. 메리는 개의 이름이고 책의 제목도 그러하다. 메리는 아무에게나 꼬리를 치며 반가워 해준다.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았지만 모두 할머니를 통해 다른 이웃 주민들에게 분양되어 혼자 남았다. 그런데 혼자 남은 친절한 메리의 모습은 곧 할머니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좀 과잉된 해석일 수 있겠으나 메리가 세월이 흐름에 따라 혼자가 되어 가는 모습은 옛 어머니들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화풍과 연출

이번 메리는 색연필(혹은 오일 파스텔) 일러스트 작업 고유의 톤을 보여주고 백구와 황구같이 전형적인 캐릭터들의 색을 담고 있다. 해가 지는 장면이 유독 자주 등장하는데 해질녘의 시골의 풍경들이 따듯한 감성으로 묘사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시골,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들이 연출되어 있다.

화면의 연출에 있어선 작은 강아지였던 메리가 갑자기 쑥하고 성장해서 화면을 가득 채운 장면이 굉장히 효과적이었고 특히 흰색의 털을 가진 메리와 대비되는 연출들이 좋았다. 그리고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같은 공간과 배경의 소품들을 조금씩 다르게 표현한 것도 꼼꼼한 관찰의 재미를 준다.

전체적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캐릭터의 동선에 따라 화면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출되어 있다.


아쉬운 점

시간 순서상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의 시점을 좀 뒤로 배치했으면 어떨까 싶었지만 사건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도 나쁘진 않았다. 전부터 이야기 했지만 발행정보가 그림책 넘기자마자 나오는 건 좀 흠이다.


결론

메리를 보는 내내 워낭소리가 떠올랐다. 예전에 극장에서 볼 때도 훌쩍이며 봤는데 할아버지와 소의 우정 때문에 생각이 나는 건 아니었다. 평생을 일만 시킨 비쩍 마른 소를 팔려고 나갔다가 너무 마르고 노쇠한 소를 할아버지가 원하는 가격으로 팔지를 못하자 다시 데려왔고 소가 더 이상 일어설 기운조차 없자 수의사를 불러 안락사를 시키는 장면에서 오히려 분노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소가 떠나자 할아버지도 곧 지나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시게 된다. 바로 이 부분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인간과 동물의 유대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었다. 워낭소리에서의 할아버지는 무뚝뚝하고 배려심 없는 것 같아 보였지만 평생을 소와 함께 일 해온 그 시간 속에서의 특별한 무엇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워낭소리에서의 소와 할아버지는 서로 같다. 그리고 메리와 할머니도 서로 같다. 새끼 한 마리 안 남겨두고 모두 입양을 보낸 게 참 너무하다 싶었지만 바로 그 지점이 워낭소리에서 느꼈던 그 시절 어르신들만의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안녕달 작가의 그림샘 메리. 이번에도 생각하게 만드는 괜찮은 책이었다.


책 정보
, 그림 / 안녕달
발행연도 / 20171012
펴낸 이 / 강맑실
펴낸 곳 / ()사계절출판사
페이지 수 / 표지포함 약 52페이지 정도
가격 / 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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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9일 목요일

수박 수영장 / 안녕달 그림책 / 창비

수박 수영장 / 안녕달 그림책 / 창비

마치 소복소복 눈이 쌓인 한겨울의 소소한 행복들을 한여름으로 옮겨온 것 같은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수박 수영장 분석 리뷰. 원래도 스포일링이 될 수 있어 줄거리 소개는 생략해 왔는데 이번에는 딱히 스토리랄 게 없는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묘한 행복감을 주는 소소한 상상력들이 담겨져 있어 설정과 분위기 위주의 감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내용에 있어서의 교훈적인 부분
저번 할머니의 여름휴가 리뷰에서도 짧게 밝혔듯 안녕달 작가의 이야기 연출에 있어 주제 혹은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어쩌면 웃프거나, 슬프거나, 난감한 상황들을 독자들로 하여금 따듯한 시선에서 공감, 교감되도록 표현하는 능력의 탁월함으로 보인다.

이번 수박 수영장에서는 굳이 교훈적이랄 건 없지만 아마도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그리고 주제가 된 한 장면을 꼽으라면 마지막 장의 그림과 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괜찮아요. 수박 수영장은 내년에 또 열릴 테니까요.”

가족 모두가 함께 모여 수박 화채를 흰 속살이 보이도록 박박 긁어 먹은 뒤의 뭔가 알 듯 모를 듯한 아쉬움과 허전함의 감정이 짧은 글과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화풍과 연출
누군가는 이 한 장면을 유년시절의 막연한 그리움 한 조각 기억으로 느꼈을 테지만 나에겐 먹은 사람의 이미지 묘사는 생략하고 다 먹은 수박의 빈 껍질과 함께 이리저리 널부러진 수박씨들과 숟가락들만 작은 밥상 위에 덩그러니 남게 한 연출이 주는 느낌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이 그림책에서의 수박 수영장이라는 표현은 결국 남녀노소 가족들이 다함께 옹기종기 동그랗게 둘러앉아 사각사각, 서걱서걱 숟가락으로 시원한 수박을 나눠먹는 유대감 파티 같은 것일 것이다.

수박의 성질은 놀랍게도 눈과 비슷해서 거대한 수박 수영장에서의 수영은 수박 샤베트를 떠올리게 하고 수박사람은 눈사람과 대응되며 커다란 수박의 잎줄기를 따라 미끄러지듯 다이빙을 하는 장면은 놀이공원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한겨울의 이미지와 한여름의 이미지를 서로 대응되도록 연출한 발상과 시선, 상상력이 참 신선하고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신선한 발상의 이야기로 끝나는 가 싶은 순간, 안녕달 작가는 해가 졌으니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와 내년에 다시 찾아올 때가 있다고 넌지시 본심을 꺼낸다.

이 그림책의 화풍 역시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색연필(혹은 오일 파스텔) 일러스트 작업으로 과한 색이나 묘사가 없다.
도서의 비율은 A4사이즈 보다 약간 작은 세로로 긴 형태의 프레임이고 수박 고유의 색인 초록색과 빨간색, 검정색들이 사람들의 피부색들과 어우러져 대비와 조화효과가 잘 드러난다.

동네 아이들이 빨래를 너는 아주머니와 거대한 수박 틈 사이를 헤치고 수박 수영장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들의 묘사는 아주 좋았고 구름 장수의 등장이 개인적으론 특히 더 좋았는데 아이들이나 보는 동화책이라고 해서 내러티브를 거의 무시하는 작품들을 보면 참 하나는 보고 둘은 볼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전에 애니메이션이나 학습만화 연출을 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볼 때면 항상 이런 디테일한 설정의 중요성을 꼼꼼히 보는 편이다. (왜 구름장수의 역할이 필요한지는 그림책을 통해 보시면 이해된다.)

덧붙여 이전 작품들에서도 느낀 바이지만 남녀노소가 모두 등장한다는 점도 좋았다.


아쉬운 점
스토리나 연출, 화풍에서의 아쉬운 점은 이번에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발행정보가 첫 페이지 왼편에 딱하고 붙어있어서 발행정보는 뒤로 보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결론
이 그림책 역시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소재와 상상력이 그려져 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나에게 있어 마지막 장의 느낌은 좀 다르게 다가왔다. 내년에 또 우리 함께 수박을 먹을 테니까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라는 감정보다는 오늘 함께 유대감을 공유한 누군가가 내년에는 곁에 없을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 현재의 그 시간과 감정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유년시절에 부모님과 수박화채를 맛있게 먹었을 것이고 또 우리의 부모님 또한 어린 시절 조부모님이 젊었을 때에 그리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함께 화채를 나눠먹을 누군가가 현재에 없다면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있어 수박 수영장 마지막 장의 여백은 먼저 떠난 사람들, 먼저 떠난 반려동물들에 대한 추억을 그 빈 공간에 소환했다. 이번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 역시도 매우 훌륭한 스토리와 연출의 작품이었다.


책 정보
, 그림 / 안녕달
발행연도 / 2015727
펴낸 이 / 강일우
펴낸 곳 / ()창비
페이지 수 / 표지포함 약 58페이지 정도
가격 / 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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