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그리고 사람들
지난 8월 일본에서의 아이고전에 참여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처음 만난 그는 덩치가 컸고 인상도 험악한데다 표정까지 뭔가 억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더랬다.
알고 보니 집합 장소에서 일본에 가져갈 도록을 서로 나눠서 캐리어에 담기로 했었는데 정작 본인은 다른 여객실에서 출발이었는데도 시간에 맞춰서 집합 장소까지 오는 중 넘어져서 다쳤던 것이었더랬다.
별거 아니라는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나 무지하게 아프다고 써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양의 도록을 캐리어와 등가방에 나눠지고는 다시 자신이 탈 비행기 대합실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었다.
그와 나는 일본에서 같은 숙소에서 묵게 되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그의 발이 낫지를 않아 밤이면 발가락 통증이 너무 심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서 일본의 편의점에서 국산 초록병 진통제를 구해다 마시곤 했더랬다.
다음날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그는 발가락 통증이 오히려 더 심해졌는지 계속 발을 절고 온 몸이 젖도록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을 향한 걸음은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었다.
간토대학살 100년 만의 통곡 아이고전을 비롯하여 봉선화의 집에서의 간토대학살 관련 장소 역사 탐방, 일본인 작가들이 주최한 차별반대 집회까지... 역사와 사람이 만나는 순간에는 항상 그가 카메라를 들고 서있었다.
그는 카메라의 프레임에 담을 진실, 진심의 기록들을 위해 때로는 바닥에 엎드리기도 하고 또 때로는 높은 장소에 오르기도 하면서 몸을 사리지 않았더랬다.
내가 그의 사진 중에 가장 좋아하는 ‘아라카와 강변에서의 신민자 선생님’ 사진은 그렇게 탄생했다. 고령의 나이이심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리지 않고 이곳저곳을 종횡무진 걸으시며 하나라도 한국에서 온 우리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말씀해 주고자 하셨던 그 의지가 그의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어딘 가에 발을 부딪쳐서 너무 괴로워 하시길래 발에 부담 좀 덜으시라고 한사코 거절하시는 그의 사양을 내가 다시 거절하면서 잠시나마 그의 등가방을 나눠 진적이 있었는데... 엄청 무거웠더랬다. 이 무거운 걸 메고, 들고 그렇게 많은 곳을 돌아다니셨다니... 가방에서 나는 땀에 쩐 쉰내가 오히려 나에겐 존경을 자아냈더랬다.
그런 그가 이번 11월 10일에 ‘촛불 그리고 사람들’ 사진집을 발간한다.
서울에서의 촛불행동집회 때마다 항상 길 위에서 촛불시민들의 진심을 담아 오셨던 분 이호 작가님.
일본에서의 아이고전 전시참여 때문에 처음으로 촛불집회를 빠지게 되었으니 더 열심히 돌아다녀야 한다고 하시면서 씨익 웃으시던 분.
며칠 뒤에 예약판매 링크가 나오면 글을 쓰려다가 이렇게 먼저 글을 쓰신 분들과 함께 붐업 조성에 동참해 봅니다.
항상 뒤에서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프레임에 담으시던 분을 저도 제 프레임을 통해 소환하며 일본에서의 차별반대 집회에서 함께 연대 발언해주셨던 이호작가님의 그 멘트를 약간 수정해서 저도 제 마음을 대신 전합니다. “늘 기억하고 함께 하겠습니다. 간바레 이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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