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三五五天安場 OB 展
2026 제6회 조아진 개인전
Life goes on 展
SamSamOhOh CheonAn Field OB Exhigition
The 6th Solo Exhibition by Artist Ah-jin CHO
Spatial Configuration Animation
‘Life goes on’
전시회 개요
전시명 : 三三五五天安 OB 展
2026 제6회 조아진 개인전
공간 구성 애니메이션
‘Life goes on’ 展
전시기간 : 2026년 7월 6일 월요일 ~ 7월 11일 토요일
전시장소 : 상명대학교 천안캠퍼스 디자인관 2층 전시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상명대길 31
Contact : cajme77@hanmail.net
전시 서문
Exhibition Introduction
시나리오 & 스토리보드 일부
Scenario & Storyboard Parts
Sequence 1. 프롤로그 (Prologue)
# 1-1. 시퀀스 소제목 (검정무지의 화면에 하얀 글씨로 ‘Sequence 1. Prologue’가 페이드-인아웃 된다.)
# 1-2. 아파트. 아기를 키우는 집의 거실 (밤 11시)
(검정무지. 어둠 속에서 “째깍”거리는 거실의 벽시계 소리가 먼저 들리기 시작.
카메라 오른쪽 방향으로 천천히 패닝하면서 디졸브-인.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는 벽시계를 지나, 거실 저 끝에 PC 모니터의 불빛을 등지고, 고개를 숙인 체.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는 주인공의 피곤해 보이는 뒷모습 실루엣이 보인다.)
# 1-3. (주인공의 상반신 옆 모습. 왼손으로 턱을 괴고 있고, 오른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고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양 팔목에 손목 보호대를 하고 있다.)
# 1-4. (휴대전화의 문자 화면으로 점프 컷, 문자 내용 : 발신자 교수님, “근데 넌 졸업 언제 할 거냐?”, 배터리가 2%에서 빠르게 줄면서 화면 블랙 아웃.).
# 1-5. (검정무지 화면에서 한숨 소리) “후우...” (화면이 하얀 김으로 가득 찬다.)
# 2-1. (타이틀 : 하얀 배경에 크레용으로 쓴 삐뚤빼뚤 아이들 글씨체로 ‘Life goes on’이 순서대로 써진 뒤, 입으로 바람 부는 소리가 들리면, 바람 소리의 타이밍에 맞춰 타이틀 글씨가 하나둘씩 사방으로 날아가며 사라진다.)
(Sound : 동요 ‘섬집 아기’의 통기타 편곡 BGM이 은근하게 깔린다. 마이너 곡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부드럽게 끌고 가다가 6ㅛ6#2-9.에서 메이저 분위기로 전조하며 밝고 따듯한 분위기로 마무리.
# 2-2. 오전 10시 30분. 식탁에서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중의 아빠.
“후- 후-” (이유식에 입바람을 불며 음식의 열을 식히는 아빠의 입 클로즈 업 화면으로 디졸브-인)
내레이션 : 약 두 달 전쯤. 갑자기 대학시절 은사님께서 연락을 주셨었다.
# 2-3. (나래이션 중의 화면 :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려고 하는데 아기가 입을 다물고서 계속 고개를 상하좌우로 돌린다. 그에 맞춰 아빠의 숟가락도 계속 따라 움직이는데, 그 속도가 서로 점점 빨라지며 마치 무협영화의 무술 대련처럼 보인다.)
내레이션 : 나는 2005년에 대학원에 입학한 후, 현재까지 개인 사정으로 수료 상태였는데, 이번에 전시회 개최 등으로 올드 보이들에게 도움을 주시려고 연락을 주신 것이었다.
# 2-4. (이유식을 먹이려는 자와 거부하는 자. 아빠는 이 대결에서 승리해, 겨우 한 숟갈 먹이는데 성공하지만, 아기가 다시 뱉어내자 좌절한다.)
내레이션 : 당시 구상했던 몇 편의 애니 기획 자료를 대충 모아서 전시하면 되겠다 싶어, 깊은 고민 없이 교수님께 해보겠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전시회 일정이 가까워질수록 내가 너무 안이하게 결정했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 2-5. (화면 16배속 재생 및 점프 컷 활용 등으로 일과를 재치 있고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Sound : 아기 울음소리와 함께 주인공이 기상하면서 ‘사이렌 소리처럼 “으아~~~” 소리를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들리도록 함. “아~~~” 오후쯤 되면서 소리의 힘이 빠지기 시작하고 잠들기 직전, 침대에 쓰러지듯 누우면 짧은 탄식 “하!.” 소리가 들리며 하루가 끝난다.)
내레이션 : 아침 7시쯤 일어나서 아기 분유를 타고, 또 얼마 안 있어 오전 이유식을 먹인다. 점심 분유를 먹인 뒤, 오후 서너 시쯤 간식을 차려서 먹이고, 또 얼마 안 있어 저녁 이유식을 준비한다. 사이사이 똥오줌 기저귀 갈기, 설거지하기, 동화책 읽어 주기, 걸음마 연습, 유모차 산책, 저녁 준비와 세탁물 정리 등을 마치면 밤 10~11시경이 된다. 그제야 씻고 컴퓨터 앞에 앉아 회사 일을 해보려고 폼을 잡다가, 새벽 1~2시쯤 잠드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2-6. (식탁 위 음식들을 갖고서 먹지는 않고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밀치며 장난을 치는 중의 아기. 음식들을 손으로 만져보다가 집어서 밖으로 던지고, 숟가락도 던지고, 마지막엔 식판도 던진다.)
내레이션 : 전시 준비를 위해 컴퓨터 속 먼지 쌓인 오래된 폴더를 뒤적이자니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고, 새로운 기획을 하자니 현실적으로 도저히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체 이렇게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 2-7. (아기의 음식 장난으로 난장판이 된 식판과 주변 상황)
내레이션 : 아무런 간이 안 된 이유식이 물린 건지, 오늘따라 이 녀석도 음식으로 이렇게 장난만 치고 있다.
# 2-8. (식탁 위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당근, 감자 등의 이유식 조각이 포커스-아웃 되고, 바로 옆의 아기용 뻥튀기 과자 봉지가 포커스-인 된다.
아빠 손의 형상이 화면으로 들어오며 과자 봉지 쪽으로 향하면서 화면을 검게 덮으면 화면 전환)
내레이션 : 그때 식탁 위, 아내가 사두었다는 아기용 뻥튀기 과자 봉지가 눈에 띄었다.
# 2-9. “찌이익” (과자 봉지 속에서 위를 쳐다보는 앵글.
과자 봉투를 뜯는 비닐 소리가 들리며 봉투 속을 바라보고 있는 아빠의 얼굴이 멀리 보이고, 거대한 손의 실루엣이 과자 봉지 속으로 들어오면(광원 효과)서 검게 화면을 뒤덮으며 화면 전환.)
내레이션 : 혹시나 하는 맘에 봉투를 뜯어 과자 하나를 줘봤는데.
# 2-10. (아빠가 과자 하나를 꺼내 아기의 입에 가져가자, 아기가 입을 벌려 오물오물 받아먹는다.)
내레이션 : 하찮은 아랫니 두 개로 빠는지, 씹는지 오물오물 무척이나 열심이다.
# 2-11. (과자 하나를 꺼내 먹어보는 아빠의 모습. ’이게 맛있어?‘하는 의아한 표정과 함께 무채색 화면으로 전환.)
내레이션 : 맛이 궁금해진 나도 하나를 꺼내... 먹어... 보았는데, 흐음... 너무나도 건강한 맛! 사실 아무 맛도 안 났다.
# 2-12. (과자 하나를 더 받아먹는 아기의 모습)
내레이션 : “야! 이것보단, 아빠가 준 이유식이 더 맛나지 않아?”라고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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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3. (열심히 오물거리다가 환하게 웃는 아기의 얼굴, 하찮은 아랫니 두 개가 보이면서 침을 질질 흘린다.)
내레이션 : 녀석은 대답 대신 침을 질질 흘리며 날 보고 씨-익 웃었다. 어느새 나도 그 세상 무해한 웃음을 보며 따라 웃고 있었다.
# 2-14. (둘이 마주 보며 웃고 있는 옆모습. 화면 천천히 화이트 아웃.)
Sequence 2. 유년의 기억 Ⅰ
1984~1985년경의 가난한 판자촌 시골집. 태풍으로 집 안팎이 요란하다.
# 3-1. 시퀀스 소제목 (검정무지의 화면에 하얀 글씨로 ‘Sequence 2. 유년의 기억 Ⅰ’이 페이드-인아웃 된다.)
# 3-2. 오전 11시경의 재래식 부엌.
(하얀 배경에 요란한 소리들이 먼저 들어온 뒤, 포커스-아웃 상태로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천장의 모습이 페이드-인 된다.)
“쏴아아-, 휘이잉, 휘이잉, 삐걱, 삐걱, 탕탕, 탕탕탕, 똑.똑.똑.똑, 달그락달그락”
(Sound 도입부 : 섬집 아기 통기타 BGM의 잔향음이 메이저 음으로 미세하게 남아있다가 다시 마이너로 전조 된다. / 태풍으로 사납게 내리는 빗소리와 바람 소리, 판자문이 삐걱거리는 소리, 얇은 양철판 벽이 투박하게 탕탕 부딪히는 소리, 빗물이 새서 플라스틱 다라이에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리는 소리, 플라스틱 슬레이트 지붕이 세찬 바람에 날려 경박하게 달그락달그락 들썩이는 소리)
내레이션 : 가난한 화가의 삼남매 중 첫째 아들로 태어난 난. 당시엔 가난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인지하질 못했다.
# 3-3.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시선.
(먹구름이 낀 듯한, 불투명한 옅은 하늘색 플라스틱 천정이 페이드-인 되면 7~8세 정도 되는 아이의 시선으로 위를 올려다보는 구도가 드러난다. 아이는 눈을 불규칙하게 눈을 감았다 뜨길 반복하고 있다. 느릿하게 출렁이는 파도 위의 배처럼, 핸드헬드 느낌으로 포커스-인 앤 아웃과 줌-인 앤 아웃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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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태풍 속의 정크 난타.
(아이가 눈을 찡그린 체, 연신 눈을 껌뻑이며,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Sound : 태풍으로 인한 사납고, 요란한 소리들이 점차 사라지고 각각의 소리들이 리드미컬한 정크 퍼커션이 되어 독특하고 재미있는 느낌의 타악 연주로 바뀌며 웃픈 분위기로 전환된다.)
(연출 : 플라스틱 슬레이트 지붕이 태풍의 거센 바람 때문에 “달그락달그락” 들썩이면, 지붕이 날아가지 않도록 아이의 엄마가 가녀린 두 팔로 지붕을 두 팔로 ’쭈욱!‘ 당기고 있고, 빗물인지 눈물인지가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가운데, 무어라고 소리치고 있는데 말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이는 엄마가 날아가지 못하게 엄마의 치맛자락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꼬옥!‘ 붙들고 늘어지게 당기고 있다. / 이 장면 사이사이에 판자의 “삐그덕, 삐그덕”, 양철판의 “탕!, 탕!”, 빗소리 “쏴아아, 쏴아아”, “휘잉, 휘이잉” 바람 소리 등이 타악 음악에 맞춰 점핑-컷 되어 들어오고 / 한 사이클 마지막 컷은 롱샷으로 작은 시골집의 하나가 보이며 플라스틱 지붕이 위로 한번 들렸다가 다시 ’착‘하고 내려앉는 연출로 마무리한다. /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후반부로 갈수록 정크 퍼커션 소리가 중첩되며 거대한 난타처럼 확장된다. / 익스트림 롱샷-시골집이 하나둘씩 점차 늘어 마지막 장면으로 갈수록 판자촌 동네 지붕이 다 같이 들렸다가 다 같이 ’착‘ 떨어지는 장면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며 씬이 종료된다.)
내레이션 : 늘 먹을 게 부족했다거나, 작은 방에 우리 가족·삼촌·외삼촌·고모의 딸까지 여럿이서 함께 생활했었다거나, 어느 날 집에 돌아오니 집안 물건 온 통에 빨강 딱지가 붙어 있었다거나, 웬일인지 이사를 쉰 번도 넘게 다녔다거나, 빚쟁이들이 집에 찾아와 부모님 계시냐고 판자문을 쿵쾅쿵쾅 두드리면 지금 집에 아무도 안 계시다고 거짓말을 하였거나.
내리는 빗물 때문인지 아님, 흐르는 눈물 때문이었는지.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들었던 어느 태풍 불던 날엔, 플라스틱 슬레이트 지붕이 날아가지 않도록 어머니가 지붕을 붙들었고, 난 그런 울 엄마가 태풍에 날아가지 않게 치맛자락을 꼬옥 붙들고 있었다거나, 학교에서 태풍으로 어려워진 불우이웃을 돕는다고 쌀을 라면 봉지에 담아오라고 하면 우리 집이 가난해서 쌀이 없다고 말했다거나 하는... 그런 단편적인 기억들조차도 내가 살던 가난한 촌 동네에선 일상적인 풍경 같은 것인지라, 상대적 박탈감이 들고 그러진 않았었다.
# 3-5. (온 동네 지붕이 ’착‘ 떨어진 뒤. 카메라 천천히 틸트-업 되면서 비가 그치고 맑게 갠 푸른 하늘과 아이가 크레파스로 대충 그린 태양이 보인다).
Sequence 2. 유년의 기억 Ⅱ
해가 중천에 뜬 정오부터 노을로 온 동네가 검붉게 물든 저녁까지의 시간. 아이의 집에서 친구의 집, 다시 아이의 집으로.
# 4-1. 시퀀스 소제목 (검정무지의 화면에 하얀 글씨로 ‘Sequence 2. 유년의 기억 Ⅱ’가 페이드-인아웃 된다.)
# 4-2 :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그린 아동 그림체 : 눈부신 광원 효과와 함께 빛이 화면을 가리면서 카메라 틸트-다운되면 롱샷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서 있는 아이가 보인다. 아래 내레이션이 끝나면, 스케치북 한 장을 아래에서 위로 넘기면서 화면 전환.)
(Sound : 리코더, 실로폰,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을 활용한 동요 ’섬집 아기‘를 장조 왈츠풍 곡 변주. 아이들이 연주한 듯 좀 엉성하게 시작하다, #4-6에 이르러 단조로 변조되며, 음습한 분위기의 곡으로 서서히 바뀐다.)
내레이션 : 그럼에도 여전히 안 잊히는 한 기억이 있는데, 반 친구의 생일잔치에 관한 기억이다.
# 4-3 :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도. 아이가 눈을 찡그린 체, 연신 눈을 껌뻑이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스케치북 한 장을 아래에서 위로 넘기면서 화면 전환.)
내레이션 : 눈부신 태양 때문인지 아님, 흐르는 땀 때문이었는지.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들었던 어느 여름이었다.
# 4-4 : (롱샷으로 :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드러누울 듯 늘어지는 아이의 모습. 스케치북 한 장을 아래에서 위로 넘기면서 화면 전환.)
내레이션 : 생일인 그 친구는 우리 집에서 꽤 떨어진 옆 동네에 살았는데, 집이 좀 부유한 편이었다. 나는 그 친구네 집에 가기 위해 어머니께 선물을 살 돈을 달라고 떼를 썼고, 가난한 집에 한 푼 돈이 아쉬우셨던 어머니는 너 그림 잘 그리니까 그림을 그려서 선물하라고 타이르는 중이었다.
# 4-5 : (클로즈업 샷으로 : # 3-3의 엄마와 치맛자락 장면 구도 동일하게 사용. :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당기는 아이. 스케치북 한 장을 아래에서 위로 넘기면서 화면 전환.)
내레이션 : 하지만 철없던 나는 계속 떼를 쓰다가 결국엔 100원짜리 작은 과자 한 봉지와 도화지에 대충 ’슥슥‘ 그린 작품을 들고서 의기양양하게 녀석의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 4-6 : (위에서 내려다본 구도 : 한 손엔 작은 과자 봉지, 다른 한 손엔 종이 두루마리를 손에 쥐고서 씩씩하게 팔과 다리를 앞뒤로 흔들어 제치며 걷는 아이.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스케치북 한 장을 아래에서 위로 넘기면서 화면 전환.)
내레이션 : 그런 나의 의기양양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종이 왕관을 쓰고 붉은 부직포 망토를 두르고 있던 녀석은 내가 가져온 선물을 보는 둥 마는 둥,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제 먹던 과자나 맛나게 먹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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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구도 : 거대한 친구와 게걸스럽게 과자를 먹고 있다. 거대하고 엄청 화려한 5단 케이크는 마치 바벨탑을 보는 듯 하고, 거대한 촛불들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 그 아래 의인화된 작고 초라한 과자 봉지가 벌벌 떨고 있다. 스케치북 한 장을 아래에서 위로 넘기면서 화면 전환. / 초라한 과자 봉지 : 정면은 동그란 원 안에 이순신 장군이 그려져 있고, 뒷면엔 숫자로 ’100’이 써있다.)
내레이션 : 나한테 한번 먹어보란 소리도 안 하고! 아니 그게 아니라. 와줘서 고맙다는 말도 안 하고!, 내 귀한 돈으로 사 온!, 아니 울 엄마의 소중한 돈으로 사 온!, 내가 며칠간 고심하며 그린!, 사실은 아까 대충 ’슥슥‘ 그린! 선물이 싸그리 무시당하는 순간이었다.
# 4-8 : (암전 속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엎드려 흐느끼는 중의 100원짜리 과자 봉지의 뒷모습.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등에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내레이션 : 자존심이 상했던 난 아마도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했고, 눈물이 그렁그렁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난 끝까지 있었고, 녀석의 부모님이 싸주신 남은 과자들을 집에 있던 동생들에게 나눠 주었던 기억이 있다.
# 4-9 : (이순신 장군의 얼굴 클로즈업 샷 : 빗물이 이순신 장군의 눈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 내린다. / “우르르릉 콰광!” 천둥번개가 치면서 화면도 같이 번쩍이며 다음 씬으로 전환.)
내레이션 : 뭘까 별로 반갑지도 않은 이 기억은... 그때 내 동생들도 너처럼 씨-익 하고 웃어서 기억이 난 것일까? 내 동생들... 내 동생 한진이.
Sequence 3. 청년의 기억 Ⅰ
어두웠던 시기에 힘이 된 가족들.
# 5-1. 시퀀스 소제목 (검정무지의 화면에 하얀 글씨로 ‘Sequence 3. 청년의 기억 Ⅰ’이 페이드-인아웃 된다.)
# 5-2 : (전체 연출 : 흑백 이미지에 부분 컬러 채색으로 포인트.)
(환하게 웃고 있는 흑백 영정사진 속의 사진으로 점핑-컷 - 눈쪽으로 빛이 반사되도록 그려서 웃고 있는 입만 드러나도록 표현. / 액자 위에 노란 나비 한 마리가 느릿하게 날갯짓을 하다 하늘로 날아오르면 화면 전환.)
(Sound 연출 : 동요 ’섬집 아기‘가 고독하고 건조한 느낌의 허밍과 느린 통기타 버전의 BGM으로 연주되다가, #5-8번 씬의 ’걷는 장면‘부터 속도가 빨라지며 장조로 전조 된다.)
내레이션 : 1979년 8월 7일에 태어난 내 동생은, 교통사고와 의료사고 그리고 의사들의 파업 등의 사유로 1년 동안 여러 차례의 수술만 받다가 2000년 8월 15일. 만 스물한 살의 나이에 결국 하늘로 떠났다.
# 5-3 : (전체 연출 : 노란 나비가 화면 왼쪽에서 가운데로 날아 들어오면, 배경 이미지들이 왼쪽으로 패닝되면서 내레이션의 스토리 표현)
(배경 이미지 : 한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작은 텅 빈 방. -> 한겨울 하얗게 눈이 쌓인 동생의 무덤과 하늘을 나는 까마귀 그리고 제각각의 방식대로 추모하는 사람들 :무덤에 손을 얹고 우는 사람, 뒤돌아서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 눈을 치우는 사람 등등. -> 하늘에서 눈처럼 내려 쌓이는 중의 병원비 독촉 고지서와 신용불량자 고지서)
내레이션 : 이 사건은 나와 내 가족에게 감당하기 큰 슬픔, 고통, 죄의식, 병원비라는 큰 빚을 남겼고, 나는 가족들이 있는 집. 정확히는 동생과 함께 쓰던 방을 떠나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동기나 후배네 집을 전전하며 약 10년 동안을 방랑자처럼 떠돌았더랬다.
# 5-4 : (배경 이미지 및 연출 : 앞선 신용불량자 고지서 이미지가 카메라가 오른쪽으로 패닝 되며 프리랜서 일을 했을 때의 작업물 이미지 소개로 연결된다. -> 만화, 애니메이션, 벽화, 순수회화 등의 작품 이미지들이 포스터, 스토리보드, 스틸컷, 액자와 캔버스 등의 형태로 패닝 되며 소개되다 멈추고 노란 나비도 ’겨울 단상‘이란 작품의 일부분이 되어 색을 잃고 멈춘다. -> 매서운 겨울바람 소리가 멀리서부터 인서트 되고, 화면 앞에서부터 “끼이익” 소리와 함께 방문이 들어와 닫히면, 화면 서서히 블랙-아웃이 된다. 고요한 가운데 매서운 바람 소리만 공허히 어둠 속에 남는다. )
내레이션 : 시간이 흘러. 만화애니메이션과 졸업 뒤, 동기들과 시작한 프리랜서 일은 참으로 쉽지 않았다. 이래저래 돈을 떼먹히기 일쑤였고, 일도 고정적이지 않아서, 결국엔 실패한 사회 독립생활이 되고 말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에선 가족들과의 관계도 좀 서먹했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허무와 비관으로 1년 정도 허송세월을 했다.
# 5-5 : (롱샷으로 텅 빈 흰 배경에 문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다. # 5-3의 마지막에 보았던 그 문이다.)
(Sound : 새가 지저귀는 소리,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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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 : (문밖에서 본 장면. 클로즈업 샷으로 문 아래에서부터 손잡이가 있는 부분까지 카메라가 패닝 된다. 문은 한동안 열린 적이 없었는지 문틈에 거미줄과 먼지가 쌓여있는데, 손잡이는 반들반들하다.
내레이션 : 그러던 2009년의 어느 날, 여동생이 내게 말을 건넸다. 미술교육 창업을 준비 중이니, 딱 1년만 도와달라고.
# 5-7 : (문틀의 옆모습이 보이고 화면의 왼쪽 반은 빛, 오른쪽 반은 어둠으로 가득 한 모습이 보인다.)
내레이션 : 부모님도 내가 학자적인 풍모도 있고 순수회화나 만화 모두 그릴 수 있으니, 미술 교재를 만드는 일을 도와주면 좋을 것 같다고 적극 권유하셨는데, 어차피 하는 일이 없었던 나는 못 이긴 그 손을 잡았고, 그것이 어쩌다 보니 2026년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 5-8 : (문 뒤의 어둠 속. 문 손잡이에서부터 아래로 카메라가 패닝 된다. 문 아래 틈 사이로 옅은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끼이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노란 나비 한 마리가 화면을 가로지르는 가운데, 화면이 온통 빛으로 가득 찬다.)
내레이션 :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도와 달라는 게 아니라 “우리가 도와줄게, 그렇게 폐인처럼 혼자 있지마!”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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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 :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카메라가 패닝 되면, 오른쪽을 향해 걷고 있는 주인공이 등장해서 화면 중앙에서 제자리걸음을 시작한다. 배경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문틀이 패닝 되며 지나가고, 문틀이 하나씩 지나갈 때마다 주인공 외형의 변화가 일어나 주인공의 나이 들어감이 표현된다.)
(배경 및 연출 이미지 : 노란 꽁지 머리를 하고 검정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30대 초반의 청년 ->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수염을 길렀으며, 안경을 쓰고 양복을 입은 30대 중반의 청년 -> 팔을 걷어붙인 하얀 와이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하는 40대 초반의 중년 -> 흰머리가 더 많아지고 흰 수염이 나기 시작한 40대 중반의 중년 -> 살이 쪄서 배가 나오고 수염은 없는데 흰머리가 더 많아진, 이제 막 50살이 된 장년의 모습이 되면 패닝이 멈추고 주인공이 화면 오른쪽으로 걸어 나가면서 화면 전환.)
(문틀을 메르스나 코로나 세균이 붙은 형태로 표현하거나, 주인공이 마스크를 쓰고 벗는 모습, 형광들이 깜빡이듯 화면이 깜빡이는 모습 등으로 위기 상황 연출)
내레이션 : 서른두 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내 청춘을 오롯이 담은 전부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모두 본사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창업 초기엔 방문미술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이었고 누군가가 우리 본사를 믿고 함께 하는 것이었기에 결코 가벼이 임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공황장애가 오기도 했고 메르스와 코로나까지 여러 차례, 다양한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가족들의 합심과 선생님들의 협력으로 잘 견디고, 버텨서 지금까지 잘 이어 나가고 있다.
(Sound 연출 : 동요 ’섬집 아기‘의 허밍 & 통기타 BGM 사운드가 #5-9의 종료에 맞춰 통기타 음악이 사라지고 허밍의 끝음 ’음-‘ 소리만 남는다. / 블랙-아웃)
Sequence 3. 청년의 기억 Ⅱ
# 6-1. 시퀀스 소제목 (검정무지의 화면에 하얀 글씨로 ‘Sequence 3. 청년의 기억 Ⅱ’가 페이드-인아웃 된다.)
# 6-2 : (검정 무지 상태에서 “두근, 두근” 소아 중환자실의 심장박동 소리와 “쉬익-쉬익” 산소호흡기 소리, “삐-삐-” 거리는 기계음 사운드가 들린다.)
(검정 무지 장면이 페이드-아웃 되면, 5개월 만에 조산으로 태어난 아기가 인큐베이터 안에 누워 있는 장면이 흑백 이미지로 나타난다.)
내레이션 : 한편 2011년. 사업의 스트레스로 인해 난 공황장애를 겪다가 병원 응급실에 가게 되고, 여동생은 5개월 만에 조산하게 되어 우리 가족들은 다시 위기를 맞게 된다. 아무런 힘도, 돈도 없어서 남동생을 허무하게 떠나보냈던 그날의 악몽들이 되살아나 나는 듯했다.
# 6-3 : (화면 앞으로 노란 나비가 팔랑팔랑 날갯짓을 하며 지나가면서 반짝이는 빛가루를 흩뿌리면, 흑백 이미지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며 컬러 이미지로 바뀐다. 중환자실 사운드도 함께 페이드-아웃 된다.)
(사운드 연출 : 동요 ’섬집 아기‘의 부드럽고 따듯한 피아노 버전의 곡이 잔잔하게 흐르기 시작한다.)
내레이션 : 천만다행히도 조카는 몇 개월 간의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의 생활을 잘 이겨내고 동생 내외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 6-4 : (캥거루 케어 교감을 하고 있는 여동생과 조카 그리고 보호복을 입고 그 곁을 지키고 있는 아이의 아빠의 모습이 따듯한 느낌의 일러스트로 표현되어 있다. -> 화면이 서서히 줌-아웃 되면서 배경으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그리고 외삼촌인 나와 강아지까지 차례대로 한 명씩 페이드-인 되며, 최종적으론 아기를 중심으로 기쁜 표정으로 둘러서 있는 가족의 모습이 표현된다.)
내레이션 : 그 몇 개월의 시간은 우리 가족에게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서로의 유대감을 더욱 단단하게 벼려내는 호된 담금질의 시간이었다. 조카가 비록 영구적인 장애를 얻긴 했지만, 우리 가족에게 와주어 감사하고, 또 함께 지금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모든 것이 감사하고 기쁜 일임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 6-5 : (#6-4의 마지막 장면이 사진의 한 장면으로 바뀌며 다이어리 안에 붙여 둔 장면으로 디졸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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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 : (삼대예술인 가족전의 전시 기록-도록, 엽서, 전시장 사진 등-이 예쁜 다이어리 북의 장식처럼 붙어 있는 가운데, 내레이션의 진행에 따라 카메라가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다이어리에 붙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 컷아웃, 콜라주, 포토 합성 등)
내레이션 : 그리고 나 역시 더 이상 방랑자가 아닌, 가족의 한 축으로서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할머니, 외할머니, 친동생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상실의 삶’에서 작고 소중한 새로운 생명이 더해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은,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현재를 즐기고 추억할 수 있는 경험 공유의 장(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까지 번졌다.
그리하여, 첫째 조카가 태어나고 네 번째 해를 맞이하던 2014년. 우리 가족들 모두 미술, 디자인, 만화 전공자로서 그림을 그릴 줄 알았기에 미술조형학부 대학생이었던 내 남동생의 못다 핀 유작들을 모아 첫 '삼대예술인 가족전시회'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느덧 흘러온 2026년 올해, 이제는 내 아들의 조그만 손도장과 발도장까지 더해진 제10회 전시 '달배기 더하기' 展을 개최하며 우리의 기억은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다.
# 6-7 : (마지막 부분 : ‘달배기 더하기’ 전시에 주인공 아기의 손도장-발도장 작품 위에 느리고 부드럽게 날갯짓 중인 노란 나비 장면이 지나고, 친척들까지 모두 모여서 촬영한 단체 사진이 등장하면 카메라 패닝이 멈춘다. 화면 화이트-아웃으로 #6-5가 종료되는 가운데 ‘섬집 아기’ 피아노 버전 BGM도 함께 종료 되고, #7-1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Sequence 4. 중년의 기억 Ⅰ
깊은 바다의 터널을 달리는 기차 안. 전체적으로 슬로우-모션처럼 보이는 듯한 연출 및 카메라가 계속 쉬지 않고 움직이는 연출.
# 7-1. 시퀀스 소제목 (검정무지의 화면에 하얀 글씨로 ‘Sequence 4. 중년의 기억 Ⅰ’이 페이드-인아웃 된다.)
# 7-2 : (#6-5의 화이트-아웃 장면에서 배경이 검정 무지로 디졸브 되는 사이, 물거품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가 화면 위로 순식간에 사라지면, 화면 가운데 포커스-아웃 상태로 점멸하는 작은 초록빛 한 점이 보인다. 카메라가 빛을 향해 매우 느리게 줌-인 되고, #7-2와 디졸브 된다.)
(Sound : 물속에서 잠수할 때 귀에 느껴지는 “웅웅” 소리, “휘-익, 휘이익” 고래 울음소리. “철-컹철-컹, 철-컹철-컹” 컴컴한 물속의 터널을 달리는 기차의 효과음이 선행 삽입. 동요 ‘섬집아기’의 느린 휘파람 버전의 BGM이 희미하게 깔려있다. 장면이 진행 될수록 BGM 속도도 빨라지고 볼륨도 커진다. / #7-5 기차 벽 디졸브 아웃 시까지 지속.)
# 7-3 : (매우 느린 줌-인 계속. 화면이 느릿하게 흔들리는 가운데, 비상구 표지판의 불빛이 점멸하고 있다. “지지직, 지지직” 소리가 반복되다가 “지직” 불빛이 꺼지면서 화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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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 : (느린 줌-인 계속. 바닷속 터널을 달리는 기차의 어두운 실내 정면. 1점 소실점 풍경이 보인다. 텅 빈 좌석과 기차 실내 공간을 떠다니는 여행 가방들과 세월호 학생 교복, 신발들-‘BTS의 봄날 뮤직비디오에 나온 기차 장면 참조’, 화면이 핸드헬드 느낌으로 느릿하게 그네를 타듯 좌우로 부드럽게 움직인다.)
내레이션 : 한편 2014년. 세월호 참사는 남동생을 떠나보냈을 때의 무기력했던 내 자신을 떠올리게 했고, 이때부터 대학교 때 카툰을 가르쳐 주셨던 교수님을 따라 그림으로, 촛불로 연대하는 시민운동을 함께 하게 된다.
# 7-5 : (약간 느린 줌-인. 기차의 실내에서 바라본 창밖의 풍경,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느릿하게 유영하며 스쳐 지나가는 창밖의 이미지들, 기차 벽이 디졸브-아웃 되고, 주인공이 그동안 사회운동을 위해 그렸던 작품들의 포스터, 카툰, 씬의 스틸 컷 이미지 등이 왼쪽에서 페이드-인되어, 오른쪽으로 페이드-아웃 반복된다.)
(Sound : 카메라 무빙 속도에 맞춰서 효과음, BGM 등이 빨라지고, 커진다.)
내레이션 : 내 남동생의 죽음 또한 의사들의 오진, 파업이 연관되어 있었던 일이라 느꼈기에. 2002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미선이와 효순이를 위한 웹툰을 그렸고, 이태원 참사,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동대지진 간토대학살 등을 소재로 일러스트를 그렸다.
# 7-6 : (화면 줌-인이 점점 빨라지고, 마지막 ‘늦봄의 대문’이라는 제목의 작품 오른쪽 상단 열린 대문 안 빛 속으로 화면이 완전히 줌-인 되면, 백색 무지만 남는다.)
(Sound : 화면이 빛으로 가득 차면, 효과음과 BGM 등이 모두 사라지고 “삐-”하는 이명 소리만 남았다가 서서히 사라진다.)
내레이션 : 그래서 세상이 좀 나아졌냐고?
# 7-7 : (태양 아래 하늘을 나는 듯한 자세의 개구리 역광 실루엣과 광원 표현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이다가, 빠르게 개구리의 실루엣으로 화면이 가득 차면서 화면 전환.)
내레이션 : 글쎄...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여러 동료 선생님들, 작가들과 함께하다 보니, 우물 밖 거대하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게 된 개구리 정도가 겨우 되었다랄까?
# 7-8 : (작은 개구리가 햇살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자그마한 연못에 “퐁!” 소리와 함께 빠진다. 수면에 작은 파장이 일고 연못 전체로 퍼져나가는 가운데 노란 나비 한 마리가 화면 앞을 지나고, 화이트-아웃 된다.)
Sequence 4. 중년의 기억 Ⅱ
그래픽 노블 형식의 한 장의 커다란 만화 페이지를 이야기의 순서대로 카메라가 이리저리 무빙하며 만화 칸 안의 내용을 다이내믹하게 보여주는 연출 방식.
# 8-1. 시퀀스 소제목 (하얀 화면에 까만 글씨로 ‘Sequence 4. 중년의 기억 Ⅱ’가 페이드-인아웃 된다.)
# 8-2 : (버진 로드 위에 서 있는 주인공의 뒷모습. 한 팔을 옆으로 어깨높이까지 올리고 주먹을 쥔 손에 엄지손가락만 위로 펼쳐 ‘최고’라는 의미의 핸드-제스처를 하고 있다.)
내레이션 : 뭐니 뭐니 해도 내 사십 대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나의 결혼과 아내의 출산, 소중한 아이를 품게 된 일일 것이다.
# 8-3 :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모션으로 춤을 추는 주인공의 옆, 앞, 측면 모습들 / 신부대기실의 문이 열리는 순간의 신부 모습 / 플라워 샤워를 맞고 있는 주인공과 아내의 옆모습이 순서대로 나열된다.)
내레이션 : 2024년 9월. 난 나이 마흔여덟에 결혼했다. 그때 난 버진 로드를 춤을 추며 입장했고, 내 전 여친(현 아내)은 뭐가 뭔지도 모른 체 정신없이 입장을 했다고 한다.
# 8-4 : (대기실 쇼파에 앉아 아내의 배 위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해주는 할머니와 둘러서 있는 할아버지와 주인공 / 심각한 얘기를 하는 듯한 산부인과 의사 상담실 장면 / 운전기사와 남자 간호사가 엠뷸런스 뒷문을 통해 인큐베이터를 싣고 있고 그걸 지켜보는 주인공. / 사이렌과 경광등을 울리며 달리는 엠뷸런스의 모습)
내레이션 : 2025년 6월에는 우리 부부의 소중한 결실인 ‘튼튼이(태명)’가 세상에 태어났다. 그런데 태어나자마자 일과성 빈호흡증이 의심되어, 보호자로서 함께 엠뷸런스를 타고 큰 대학병원 소아중환자실로 향해야만 했다.
# 8-5 : (엠뷸런스 안의 어두운 느낌의 분위기. 운행 중이라 차가 흔들리고 실내에 있는 응급 장비들도 흔들림에 맞춰 “잘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고 있다. / 인큐베이터를 붙들고서 아기를 쳐다보고 있는 주인공의 뒷모습. 어깨 너머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가 보인다. / 인큐베이터를 강하게 붙들고 있는 주인공의 손이,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지 않도록 붙들고 있던 엄마의 손으로 디졸브 된다.)
내레이션 : 정말 여러모로 병원과는 지독한 악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흔들거리는 앰뷸런스 안에서 초조하고 긴장된 상태로 인큐베이터를 어루만지고 또 흔들리지 않도록 강하게 붙들며 중얼거렸다. “괜찮아, 튼튼아, 괜찮을 거야.”
# 8-6 : (내레이션 중 #3-4의 삽입 컷 중 엄마가 눈물인지, 빗물인지를 흘리며 무성으로 외치던 장면이 플래시백 된다.
내레이션 : 괜찮을 거란 그 말은 누구에게 한 말이었을까? 튼튼이에게? 나 스스로에게? 아무래도 괜찮을 거란 말은 나 스스로에게 한 말인 듯하다.
# 8-7 : (무성으로 외치는 엄마의 입 클로즈-업)
내레이션 : 문득 그때 지붕을 붙들고서 엄마가 소리쳤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아진아, 엄마 꽉 붙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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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 : (마지막 대사에서 주인공 엄마의 얼굴이 아빠가 된 주인공의 얼굴로 디졸브 되며 무성으로 외치는 장면의 주인공이 바뀐다.
내레이션 : 그렇다. 이십 대 후반밖에 안 되었던 우리 젊은 엄마도 무서웠던 거였다. 엄청 무서웠는데 자식들을,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한 것이었다.
# 8-9 : (화면이 반으로 나뉜 가운데, 주인공 엄마의 얼굴 반, 주인공 얼굴 반이 무성으로 대사를 외치고 있다. / 화면 화이트 아웃)
내레이션 : “튼튼아, 아빠도 무서워. 좀 겁나. 그치만 힘낼게! 너도 힘내!”
# 8-10 : (하얀빛이 역광으로 쏟아지는 가운데 소아중환자실의 대기실에서 할머니의 품에 안긴 튼튼이의 모습이 페이드-인 되었다가, 다시 산후조리원의 침대 위에 앉은 엄마의 품에 안긴 모습으로 디졸브 된다.)
내레이션 : 다행히 2주 만에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던 튼튼이는 퇴원하는 날, 운전대를 잡은 날 대신해 할머니의 품에 안겼고, 다시 산후조리원에 있는 엄마의 품에 안겨졌다.
# 8-11 : (엄마의 품에서 입을 벌린 채 곤히 잠든 아기의 얼굴 -> 카메라 아기의 입속으로 줌-인 되면서 화면 검정무지로 전환.)
내레이션 : 그 2주 동안 산후조리원과 소아중환자실을 오가며 난. 아버지가 된다는 것, 남편이 된다는 것의 무게감과 의미를 깊게 되돌아보게 되었더랬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사십구년 감수했던 아찔한 사건이었다.
Sequence 5. Epilogue.
나이 쉰. 이제 막 장년이 된 현재의 기억.
# 9-1. 시퀀스 소제목 (까만 화면에 하얀 글씨로 ‘Sequence 5. Epilogue’가 페이드-인아웃 된다.)
(Sound : 동요 ‘섬집 아기’의 약간 밝은 리듬 오르골 버전의 BGM이 화면 종료 시까지 깔린다.)
# 9-2 : (검정무지 화면에서 두 개의 아랫니가 보이는 아기의 입속 장면이 페이드-인 된 후, 카메라 줌-아웃 되며 #2-13의 환하게 웃는 아기의 얼굴 모습이 보인다. / 화면이 왼쪽으로 이동하며 반반의 화면으로 나뉘고, 왼쪽은 아기의 얼굴, 오른쪽 화면은 피곤에 절었지만 웃고 있는 아빠의 얼굴로 보인다.)
내레이션 : 2026년 나이 오십이 된 현재는 집에서 재택 근무와 육아, 살림를 병행하고 있다. 수면시간이 부족해 항상 피곤함에 절어 있고, 오십견, 무릎 관절염, 손목 터널증후군, 손가락 건초염 등 노화로 몸 상태도 좋지 않아 날로 무거워지는 아기를 케어 하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 9-3 : (왼쪽 화면 : 식판 위에 과자를 손가락으로 잡으려고 꼬무락대는 아이의 손가락.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과자를 집게손가락으로 잡아 드는데 성공한다. / 오른쪽 화면 :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아빠의 표정. 과자를 집게손가락으로 집어 들자 기뻐하며 박수를 쳐준다. / 왼쪽 화면 : 아이가 집어 든 과자를 입으로 가져가서 넣는 순간 앞으로 흘린다. / 흘린 과자가 아빠의 화면으로 떨어지면, 오른쪽 화면이 왼쪽 화면을 밀어내며 가득 찬다. / 안타까워하던 아빠가 식판 위의 과자를 집어 들고서 화면 정면을 향해 들고 건넨다.)
내레이션 : 그럼에도 아이의 성장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바로 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옹알이를 시작했고, 함께 걸음마를 연습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이제 과자를 즐겨 먹지 않지만, 이렇게 내 아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절로 미소가 번지며 행복감을 느낀다.
# 9-4 : (입을 벌리고서 아빠가 주는 과자를 받아먹는 아기의 모습. ‘씨익’하고 웃는다.)
# 9-5 : (아기의 웃는 얼굴이 움직이는 선으로 바뀌며, 웃고 있는 아빠의 얼굴로 변형된다.)
내레이션 : 교수님의 연락을 받고서 근 이십여 년 전에 구상했었던 애니메이션의 기획들을 꺼내어 보니, ‘넌 정말 이대로 만족하냐?’ 싶은 고민이 있었고, ‘지금의 나에게 대학원 석사 졸업이 의미가 있을까?’하는 등의 고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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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6 : (아빠의 웃는 얼굴의 선들이 움직이며 엄마와 함께 아기를 목마 태우고 걷는 아빠의 모습으로 변형된다.)
내레이션 : 물론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던, 묵혀둔 미완의 판타지 스토리도 재미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과자 하나에 행복해하는 아이의 미소를 보며, 함께 행복함을 느끼는 지금의 내 모습을 그리는 것. 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내 인생의 시간이라는 거대한 포트폴리오를 ‘애니메이션’ 기획의 형식을 빌어 표현하는 것이 좋은 작품, 좋은 인생, 좋은 아빠가 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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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 : (목마를 탄 아기, 아빠, 엄마의 선들이 움직이며, ‘Life goes on’ 뻥튀기 과자 글자의 모양으로 변형된다.)
내레이션 : “아들, 내 시간이 흘러서 너에게 닿았구나. 지금은 너무 어리니, 네가 나중에 성인이 되면 이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때쯤 되면 내 이빨도 지금의 너처럼 두어 개 정도 남았으려나? 그땐 맛난 뻥튀기로 부탁해!”
# 9-8 : (오르골 버전의 ‘섬집 아기’ BGM이 끝나고 ‘Life goes on’ 뻥튀기 과자 글자 모양이 위로 올라가며 엔딩 크레딧이 시작된다. 엔딩 크레딧 타임엔 일렉 기타로 연주한 70~80년대 올드송 버전의 ‘섬집 아기’ BGM이 연주된다. / 기타리스트 김지희 연주 참조.) Fin.
조아진 작가 프로필
Artist CHO Ah-jin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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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 : @joahji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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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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