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5일 토요일

안녕달 눈, 물 / 창비

 안녕달 눈, / 창비





 

에필로그.

마침내 여자가 겨울을 들고 돌아왔을 때 방에는 작은 물웅덩이만 남아 있었다.

 

여자는 그 녹아내린 물들을 소중히 모아 겨울의 방에 곱게 모아 넣었고 차디찬 겨울의 방에게 팔베개를 해준 뒤 조용히 속삭이듯 노래를 불러주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여자는 손끝으로 겨울을 만져 보았고 손이 베일 듯 시려워 호호 입김을 불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겨울을 열어 얼어붙은 물웅덩이에 입맞춤을 한다. 그렇게 눈아이는 여자의 온기를 잠시나마 붙들어 둘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산 건 작년 9월 말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은 것은 약 한 달 전... 보통 책을 읽을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외부 약속에 나가서 누군가를 기다릴 때 외에는 잘 읽지 않고 주말에 짬이 날 때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무단투기를 반대하는 풍자 일러스트 작품들을 그리다보니 이제야 리뷰를 기록한다.

 

이 책은 아동과 성인 그림동화의 경계선상에서 작품을 발표해 오던 안녕달 작가가 오로지 성인들을 위해 그리고 쓴 작품인 듯 하다. 그것도 그냥 성인들이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들 중에서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 조지 오웰 / 동물농장

 

그림자 속의 그림자라고 하면 맞을까... 우리는 수많은 빛 속에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지만 빛이 있으면 더 강한 빛도 존재하고 또 반대로 어둠 속에서도 더 어두운 곳이 존재한다는 것을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

추운 한겨울의 어느 날. 이야기 속의 젊은 여자 주인공은 아무도 없는, 아무도 모를 것만 같은 폐쇄된 장소에서 어쩌다 눈아이를 낳는다.

 

눈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고 있었고 여자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품에 안았지만, 여자의 온기는 눈아이에게는 오히려 독과 같았다.

 

품안에서 아이가 녹아내리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여자는 하는 수 없이 아이를 찬 바닥에 내려놓았고 그런 눈아이는 아장아장 엄마를 쫓기 시작한다.

 

눈아이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는 찰라. 여자는 황급히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붙들려 했으나 눈아이에게는 여자 손의 작은 온기마저 너무나도 따듯한 것이었는지 그만 아이의 한쪽 손이 녹고 말았다.

 

여자는 서둘러 눈을 모아 손과 손가락을 입김을 호호 불며 만들어 붙였고 눈아이는 신기하게도 다시 잃어버린 손과 손가락을 되찾게 되었다. 그러자 눈아이는 다시 엉금엉금 기어 엄마를 쫓기 시작했고 여자는 자신의 온기가 눈아이에게 입힐 해를 걱정했던 나머지 밖에서 눈을 잔뜩 가져와 아이와 저 사이 가까이에 낮은 눈담을 쌓았다.

 

작은 눈사람 인형을 하나 만들어 주니 즐겁게 가지고 노는 아이를 눈담 너머로 지켜보며 여자는 조용히 노래를 부른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이윽고 계절이 바뀌어 초록이 시작되는 봄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것은 여자나 눈아이에게는 전혀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눈아이의 몸이 녹고 있었던 것이다.

 

최선을 다해 그 어둡고 차가운 공간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여자였지만 그녀의 혼자 몸으로는 그 따듯한 빛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오토바이가 부아아아앙 큰 소리를 내며 지나가면서 흩뿌린 불법 명함 전단을 발견하는 여자. 명함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언제나 겨울! 선착순 무료체험! 지금 당장 달려오세요!“

 

여자는 눈아이가 있던 공간에 빛이 들지 않도록 최대한 밀봉한 뒤 아이에게 금방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체 명함에 적인 언제나 겨울이라는 것을 찾아 달리기 시작한다.

 

여자가 쉬지 않고 달려서 도착한 곳은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거대하고 휘황찬란한 도시. 여자는 수많은 군중들과 빌딩숲을 헤치며 명함에 적인 곳을 향해 계속해서 끊임없이 달린다.

 

이후의 이야기는 책을 사서 보시고...

 

몇 가지 설정에서 상징하는 것들이 좀 난해하긴 한데 전체적으론 한 30분 만에 완독이 가능할 만큼 두껍고도 짧은 그림책이며 이야기가 전달하고자 의도 또한 선명히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홀로 아이를 낳은 십대 소녀들을 상징하고, 십대 여성 노동자를 상징하며 더 나아가 소외된, 배제된, 사회로부터 빛 속에 드러내 지길 바라지 않는, 잊힌 그림자와 같은 존재로 강요받는 모든 사람들을 상징하고 있다.

 

청소년 노동자들, 대학교 청소와 거리의 환경미화원들, 아파트 경비원들과 배달 노동자들,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 자유롭게 일할 자유를 주장하는 장애인들, 3D 업종의 외국인 노동자들... 세상은 거대한 빛의 이면에서 누군가가 꺼려하는 일들을 대신해서 수고해 해주시는 분들 때문에 굴러간다.

 

지금 이 순간. 십 수 명의 수행원들을 몰고 다니며 해외 명품 숍을 순방하는 어떤 이에게도,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에 찾아가 다 큰 소년을 억지로 품 안에 끌어안고서 화보 촬영을 하던 어떤 이에게도 그리고 후보시절엔 마치 소외된 약자들의, 서민들의 편이라고 떠들던 이가 만날 술이나 처먹고 부자감세, 기득권 강화, 카르텔 만세만을 외치는 역설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림자 속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숨죽여 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안녕달 작가의 ,은 참으로 생각이 많아지는 좋은 그림책이라는 평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평등권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옮기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평등권이란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불가침적 천부인권(天賦人權)으로 국가와 사회집단으로부터 불평등한 대우를 받지 않고 상향적 평등과 역할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평등권은 그 자체가 독립된 기본적 인권의 성격을 지니면서, 다른 기본권들의 보장, 실현에도 적용되는 기본권 보장의 방법적 기초이고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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