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일 월요일

새해 다짐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새해 다짐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지난 주 토요일에 약속이 있어서 서울시청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시청역 5번 출구에 있는 이태원참사 시민분향소 방문.

 

눈인지 비인지 모를 것들이 온종일 내리던 하루여서 오가는 사람들 중엔 간혹 우산을 쓰고 다니시는 분들도 계셨더랬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현장 시민추모대회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온라인 시민위원 모집에 참여했었는데 그때 만든 가벽인 듯 싶은 추모의 벽이 있었다. 약속 시간이 다 되어 포스트 잇에 담긴 내용은 확인하지 못 했지만 이태원역 추모의 벽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맞은 편 매쉬 철망 게시대에 걸어 두던 현수막도 지난번에 봤을 땐 다 색이 바래있었는데 이번 1주기 시민추모대회 때 새로 교체를 했는지 거의 새것과 같았다. 그렇지만 이것도 조속히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이곳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계속해서 눈비를 맞으며 다시 바래질 것이다.

 

오가던 걸음을 멈추고 조문을 하는 사람들, 나무 아래 모아둔 눈을 밟거나 뭉쳐 가지고 노는 아이들,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 시간만 고스란히 1년이 지났지 작년과 다름없는 풍경이다.

 

어디서 짹짹짹짹 소리가 많이 들려서 나무 위를 바라보니 족히 20마리 쯤 되어 보이는 참새들이 무리지어 앉아 있다. 혹시 너희들이니? 아니겠지... 그리고 시민분향소 천막 왼편 책상 위에 놓인 눈사람.

 

검정 뚜껑, 파란 뚜껑 눈을 하고 이태원참사 희생자 추모를 상징하는 보라색 리본을 목에 걸고 있다. 그리고 코 위치에도 뭔가가 붙어 있었던 자국이 남아 있는데 날이 오락가락 궂어 녹아떨어진 듯하여... 그래서 어떤 표정이었는지 알기가 더 어렵다. 만든 이가 좋은 뜻으로 만들었을지라도 왠지 맘이 짠한 건 어쩔 수 없다.

 

오후 530분쯤이 되자 유가족 분들이 천막을 닫기 시작했다. 동절기라 운영시간을 좀 탄력적으로 바꾸신 듯 했다. 처음 이 곳에 천막을 차릴 땐 경찰들이 언제 강제 철거를 할지 몰라서 밤늦게까지 유가족분들과 시민들이 지키곤 했는데 지금은 그런 걱정은 좀 덜었나 보다. 그래도 시청광장 불법점유 행정집행 벌금은 계속 때리고 있겠지...

 

오늘은 202411일이다. 새해 다짐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의식 같은 걸 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에서 추석 선물을 사며 함께 받았던 노란 리본과 Remember 416 글자 스티커를 휴대폰 뒷면에 붙이고 다녔었는데 휴대폰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빼다보니 어느새 글자들이 떨어져 나갔더랬다.

 

남은 스티커가 있어서 폰 케이스를 벗긴 뒤 스티커가 다시는 떨어지지 않도록 케이스 안에 붙였다. 글자가 너무 커서 다 붙이지는 못 하고 노란 종이배와 리본만.

 

2024년 올해 다짐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이태원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것이다. 함께 하는 기억은 힘이 세다고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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