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 에세이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리뷰 / 도서출판 보리
보내는 사람 정경심
슬픔에 담긴 밝음 귀하
1152일. 서울구치소의 독방에서 교도소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적어내는 손바닥만 한 종이 보고전(報告箋)에 삐뚤삐뚤 써내려간 글씨.
책의 제목은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3개의 소제목.
멀리서 너를 바라만 보아도 / 운명의 바퀴여 제발 / 문득 아름다움이 되는 순간까지
그리고 72 / 76 / 48. 그 세 개의 소제목에 담긴 편지들 총 196편
일기? 에세이? 편지? 그 무어라 불러도 상관없을 듯하다.
그녀 자신에게, 그녀의 운명에게, 신을 향한 울음, 물음이기도 하고,
남편에게, 자식에게 전하는 그리움과 고마움이기도 하며,
자신과 가족들에게 기꺼이 어깨를 내어준 시민들에 대한 희망의 송가이기도 하다.
기도는 하느님의 마음을 바꾸지 못 한다.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을 바꿀 뿐이다.
그녀는 에세이 중 기도2라는 글에서 쇠렌 키르케고르의 위 문구를 인용해 넣었다.
가로 1.2미터, 세로 1.9미터의 작은 독방이 나락의 끝인 줄 알았으나 그곳에서 조차 더 깊은 나락이 있음을 깨달았고, 디스크 파열로 고통이 정신을 지배하고 다리가 마비되는 순간에도 그녀는 고통의 깨달음을 향해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잎사귀를 서너 개 붙였을 때부터 보아왔던 이름 모를 하얀 들꽃이 시간이 흘러 당당하게 꽃대를 하늘로 향하는 순간들을 보았고, 정성껏 가꾼 화초들이 물러난 자리를 잡초라고 부르는 하얀 들꽃들이 무리지어 생존하는 모습들을 지켜보았다.
면회실의 유리벽 너머로 세월의 무게가 서리처럼 내려앉은 남편의 머리카락을 보았고 다정한 눈빛과 미소만으로도 그 마음들이 읽혀지는 자식들의 모습들을 보았다.
무더위 속에서 온몸이 땀에 젖어가면서도 다른 수감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노들의 수고로움을 보았고 어째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스스로 식음을 전폐하고 죽음을 선택한 수감자의 죽음을 보며 모두에게 잊히는 쓸쓸한 죽음을 기억하려 모두가 잠든 시간에 그녀는 낮고 길게 울었다.
그리고 시민들이 보내 준 수천 통의 엽서와 편지들.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손바닥만 한 보고전에 기도처럼 담겨져 있었다.
“보름달
달이 떴습니다.
보이지 않으므로 생각만 했습니다.
문득 배식구 스테인리스 판에 비친 창살을 보았습니다.
각도를 잘 맞추면 그 너머 달을 볼 수 있겠습니다.
밥그릇 들어가고 나올 정도의 그 틈으로
보름달이 반사되어 비치는 것을 붙잡았습니다.
달과 나 사이에 스테인리스 배식판이 중계를 합니다.
가슴 벅차오릅니다.
그대가 있어 아름다운 밤입니다.“
“이 책에 실린 글은 제 인생의 가장 참혹한 시간에 저를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신 분들을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당신들의 조건 없는 위로와 격려를 생각하며 반드시 살아야겠다고 아니 살아 내고 싶어서 쓴 글입니다. 그래서 당신들에 대한 제 마음을 담았습니다.”
300만원이라는 제한이 있는 영치금 계좌 입금표에 찍힌 ‘3원’이라는 숫자. 의아함에 살펴 본 직전 잔액 2,999,997원. 그 3원을 입금하기 위해 시도했을 수많은 실패들.
정경심 작가가 목 놓아 펑펑 울 수밖에 없었던 미안함과 고마움의 기억들.
“너의 메시지
밝게 웃는 너의 눈매 끝에 눈물이 매달렸음을
하하 웃는 너의 입매 끝에 슬픔이 어리는 것을
신나는 너의 몸짓 속에 좌절이 승화되었음을
세상에 질러 보는 너의 목청 속에 무한한 인내가 녹았음을
(중략)
‘언제든 괜찮아요. 그냥 주욱 가세요.’
그래 나도 가고 있어
나도 잘 가고 있단다.
너의 그 메시지
잘 읽고 있단다.
사랑한다. 내 아이야.“
세상에 내놓을 작정으로 쓴 글이 아니었으나 자신과 가족들에게 ‘희망’이라는 어깨를 내어준 이들에게 기꺼이 바치는 헌사 같은 편지. 그녀의 말처럼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자유롭게 나아가길 바라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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