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화요일 오전에 오랜만에 평통사에서 연락이 왔다. (대개 오랜만의 전화는 부탁의 전화이다. ㅡ_ㅡ;;)
경기도 양주에 있는 미선효순평화공원을 찾는 방문객들이 비나 눈을 피할 곳이 없어서 이번에 미선효순기록관을 새로 건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홍보물에 들어갈 삽화 이미지를 그려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번 주는 새로 나온 교재들을 미술교사에게 브리핑하는 일과 월간 회원작품을 편집해서 올리는 일을 하는 주간이었고 마침 교재교육 전이었던지라 길게 통화는 못하고 일단 자료를 보내달라고 했더랬다.
교재교육을 마치고 보내주신 자료를 보니... 다른 건 둘째 치고 마감이 10월 말일까지인데 내가 평일엔 작업이 힘들고 주말에만 작업이 가능한데 이번 주 주말엔 광주 아이고전 전시철수 때문에 내려가 봐야 해서 맡기 어려울 것 같다는 뉘앙스로 말씀을 드렸더랬다. 그런데... 역시 시민사회운동가분들은 말씀들이 고단수라 어찌 저찌 또 일을 맡게 되었고 다시 퇴근 후 야근이 시작되었다. (뭐 어쩌겠나...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데... 어쩌면 내가 귀가 얇거나 마음이 약하거나...)
회사 일을 마치고 두세 시간씩 작업을 했고 오늘 오전에는 일하는 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을 더 작업해서 결과물을 보내드렸다. 수정은 못한다는 단서와 함께...
2017년에 효순미선 웹툰 ‘해후’를 작업할 때도 퇴근 후 새벽까지 잠을 못 자가면서 한 달 반을 고생한 기억이 선명해서 다시는 장기 프로젝트는 하지 말자... 뭐 이런 마인드이긴 했는데 이번 건은 그냥 삽화 한 장이니 하고 쉽게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기록관 프로젝트에 참여한 게 아니라서 아이디어 발상부터 막혔더랬다. (예전엔 효순미선으로 불렀던 것 같은데 지금은 미선효순으로 바뀐 듯하다.)
주문 작업이란 게 그렇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의도, 느낌 같은 것들을 살려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번엔 내가 프로젝트의 중간에서 삽화만 하게 된 거라 그냥 내 경험대로, 내 감정대로 작업을 했더랬다. 너무 밝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그런데 따듯함은 묻어나는 그런 감정들을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보내주신 자료를 검토할 때는 잘 몰랐는데 삽화를 보낸 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참 걱정스러운 프로젝트이다. 이미 미선효순평화공원 조성 프로젝트에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한 번 모아줬을 텐데 다시 그 에너지를 모으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뭐... 내가 걱정한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그냥 서포트 하는 역할이나 해야지...)
지난 2002년 6월 13일. 사람들이 한일월드컵으로 한창 들떠있을 시절.
경기도 양주시에서 친구네 집에 놀러가던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소파(SOFA) ‘한미주군군지휘협정’은 “한국에서 공무집행 중에 일어난 범죄는 미국이 1차적 재판권을 가진다.”는 불평등 조항이 있었고 경계부주의에 의해 발생한 참사임에도 불구하고 두 명의 미군 병사는 미군 내에서 군사재판을 받은 뒤 무죄 평결을 받게 된다.
분노한 시민들은 SNS를 통해 촛불을 들고 항의하자는 시위를 시작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불의에 항거하며 광장에서 드는 촛불의 시원(始原)이다.
이번 미선효순기록관 건립은 촛불 투쟁의 기록, 영상, 문서들을 모아 보존하며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들이 이 사건의 진실과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한 학습의 장이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촛불집회의 첫 시작이었던 미선효순기록관 건립에 시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모금마련 기간 : 2024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
모금방식 : CMS 자동이체 / 매월 1만원 이상 30개월 약정
※ 건립기금을 내시면 효순미선평화공원사업위원회 회원이 되시며 기록관에 이름을 새기게 됩니다.
문의 : 효순미선평화공원사업위원회 02-711-7292
원래는 오늘. 살아계셨다면 올해로 55세가 되셨을 분. 이제는 내가 그분이 돌아가셨을 때 나이보다 한 살 더 많은 나이가 된... 마왕 신해철 형님을 추모하는 작품을 이번 주에 야근하면서 작업한 뒤 오늘 올릴 계획이었으나... 효순미선 일러스트 작업을 하느라 못 그린... 그래도 형님이라면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기억해 준 것 만으로도 고맙다-”
#효순미선평화공원 #미선효순기념관 #신해철 #마왕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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