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
춘천 서면에 있는 경춘공원묘원에는 할머니와 남동생의 묘가 있고 동생의 기일은 8월 15일인데 지난주부터 계속 폭우가 내려서 산소엘 못 갔다.
사실 어제도 다녀오려고 했는데 또 춘천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서 못 갔다. 그래서 오늘은 오후부터는 날이 갠다고 해서 무작정 오전 일찍 출발했는데 다행히도 하늘은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꽤나 열심히 하나님과 예수를 믿었던 동생이 의료사고와 의사들의 파업으로 하늘나라로 떠난 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지금의 난 헌혈은 하지만 병원 가는 것을 엄청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고 신이나 예수는 믿지만 기독교는 믿지 않는 사람이 된 듯하다.
몸이나 정신에 난 상처는 의사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고 영혼이나 마음에 난 상처는 종교에 의지해야 할 것이겠으나 지금은 그런 생각들조차 나에게는 부질없는 것들로 여겨진다.
최근에 의사들이 의과대학 정원확대를 반대한다거나 몇몇 교회들이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저지르는 일들을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의 이기심과 욕심은 끝이 없구나란 생각이 들 뿐이다.
전엔 죽음 이후의 세계가 너무나도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저 가루가 되어 흩어져 소멸돼도 뭐 인생이 다 그런 거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우울이나 회의감과는 좀 다른 성격의 사고인 것 같긴 한데 딱 뭐라고 설명하긴 힘들긴 하지만 인생이 고통의 연속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부처처럼 살 생각도, 예수처럼 살 생각도, 삶을 마감할 생각도 없다.
앞으로의 20년은 내가 믿을 만한 것들을 찾아가는 여정이 될지도 모르겠다. 또 어쩌면 다른 인생관이나 깨달음이 문득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저 순례자처럼, 그저 신해철님의 절망에 관하여의 노랫말처럼. 그냥 가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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