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2002.6.13.
#SoSorry2002
2002년 내 나이 스물여섯이던 때.
2001년에 군 제대를 했고 2002년엔 복학해서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천안에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의 배경감독을 맡아서 한참 작업하고 있었을 때로 기억한다.
2002년 6월 13일
사실 아무런 기억이 없다.
남들처럼 월드컵에 들떠 있었던 것 같지도 않았고 한적한 시골 같았던 대학교의 분위기와 바깥소식에 별다른 관심도 없었던... 그냥 애니메이션 작업 좀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서 졸업을 하고 프리랜서 작가로서 이십대를 보내면서 이리저리 치이고 돈도 못 받고 일하기도 하면서 굉장히 분노가 많고 회의적인 사람이 되어갔었던 것 같다.
삼십대 초반에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미술교육 사업은 어느 덧 지금 9년차가 되었고 참...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애증관계라고 해야 할까... 그림샘은 사랑하면서도 미운 구석도 있는... 나에겐 그런 회사가 되어 버렸다. 이젠 떨어질 수도 없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2014년 4월 16일
만화나 그림과는 거의 담 쌓고 지내고 회사 일에만 열중 하던 중에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다. 무언가 무섭고 아픈 기억이 떠오를 것 같아서 계속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음에 깊이 좌절했었다.
그때 대학교 때 은사셨던 고경일 교수님이 페이스북에 함께 할 사람을 찾고 계셨다.
슬픔에 찬 분노의 마음으로 광화문 광장으로 나갔고 함께 걸개그림을 그리고 캐리커쳐를 그렸다.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광장에 나가며 모호했던 마음의 불편함의 근원을 알 수 있었다.
2000년 8월 15일
내가 군대에 복무하고 있던 시절 남동생이 의료사고로 약 1년간의 긴 투병 끝에 하늘나라로 먼저 떠났다. 아무리 군대에서 복무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아무것도 해줄 게 없었다는 무기력함과 죄책감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사실 그래서 제대 후 더 천안이라는 구석에 쳐 박혀서 작업에만 몰두 했었던 것 같다.
불편한 현실에서 눈을 돌려 도망친 것이었다.
다시 2014년 4월 16일
한동안 잊고 지낼 수 있었던 내 기억을 헤집고 감정을 뒤흔든 건 세월호의 아이들이었다.
그때 나이 삼십대 중반. 도망칠 만큼 도망쳤었고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서 무엇인가에 이끌리듯 광장으로 나갔었다.
2017년 1월
작년 초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나서 심한 몸살감기에 걸려 일주일간 앓아누운 뒤엔 ‘난 참 보잘 것 없이 작은 그릇을 갖고 있구나’ 새삼 확인하며 이제 좀 쉬자. 그만 분노하고 그만 아파하자며 다시 회사일로 복귀했다. 내 작은 그릇엔 광장의 많은 아파하는 목소리들을 담을 수 없었다.
2017년 6월 13일.
좀 쉬엄쉬엄 회사 일에만 신경 쓰고 있던 차에 김운성 선생님께서 효순이미선이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연락을 주셨다. 해야 하나 모른체 할까 고민하던 중에 최정민 작가가 바람까지 넣어서 또다시 함께하게 된 효순이와 미선이를 기리고 평화를 염원하는 상징을 만드는 평화공원사업. 오정요 선생님의 글에 그림을 그려 웹툰 한편을 만들었다. 비웠던 그릇에 다시 수많은 감정과 고민이 담겨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또 그 작은 그릇은 차버렸다.
2018년 6월 13일 그리고 14일
공원부지는 마련이 되었지만 건축을 할 비용이 필요했다. 그래서 또 16주기에 함께 하게 되었다. 그런데 몇 번의 실무회의와 작가회의를 하면서 이 프로젝트의 방향성에 대해 그리고 생각의 다름이 부딪히다 다시 섞여 들어감에 놀라기도 난감해 하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남아있다. 모든 것에 동의하거나 인정 할 순 없어도, 방향이 다르더라도 목표는 같았기에.
특히 16주기 추모식에서 중3 김민성 양이 해준 추모사는 정말... 다른 어떤 어른들의 추모사보다 훨씬훨씬 더 마음에 와 닿았단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오늘부터 #SoSorry2002 운동을 시작한다.
#SoSorry2002 운동은
개인 SNS를 통해 짤막하게 왜 효순이와 미선이에게 미안한지에 대한 마음을 밝히고 잊지 않고 함께한다는 마음으로부터의 고백이다.
그런데 난 내가 왜 이 운동에 참여하는지 짧게 정리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긴 글을 남기며 #SoSorry2002 운동을 시작한다.
미안합니다.
그동안 도망치듯 살아서 미안하고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정말 미안합니다.
내동생 한진이, 효순이와 미선이 그리고 세월호의 아이들과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 미군기지에서 고통 속에 사신 여성분들.
제 그릇이 작아 또다시 차고 나면 또 함께 아파하기를 쉬어야 하겠지만.
다시 비면 또 다시 채우러 가겠습니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2018년 6월 14일 조아진
제목: Peace Study Ⅰ
작품 크기: 59.1 x 67.2cm
캔버스에 혼합재료 / 액자있음
효순미선평화공원 조성을 위해 이 작품으로 함께합니다.
작품의 판매수익의 일부분 또는 전액은 평화공원 조성을 위해 기부됩니다.
작품구입 문의. 010-7963-4311 / 효순미선평화공원조성위원회
다음 릴레이 작가로 풍자의 대가
이하 작가님을 소개합니다.
이하 작가님 받아주세요~!!!
#이하 #이하작가 #SoSorry2002 #효순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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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미선평화공원의 조성은 진상을 규명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잊지 않기 위한 일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스토리의 끝을 맺기 위해선 여러분의 관심과 동참이 꼭 필요합니다.
하나.
해시태그 #SoSorry2002 를 달고 효순이와 미선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SNS에 올려 주시고 한두 사람의 친구를 지목해서 함께 릴레이 해주세요.
#SoSorry2002
둘. 공원부지 조성을 위해 ‘작품기부’로 후원하실 수도 있습니다.
본인의 그림이나 서예, 사진, 캘리그라피 등 작품의 사진을 #SoSorry2002 태그와 함께 올려 주세요.
(메신저를 통해 연락드리겠습니다. 또는 참여의사가 있으신 작가님께서는 아래의 휴대폰 연락처로 문의해 주세요.)
셋. 기부금을 내시거나 작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분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SoSorry2002에 가입하셔서 글을 남겨 주세요.
또는 다음의 연락처를 통해 문의해 주세요.
문의 및 연락: 010-7963-4311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SoSorry2002를 검색해 주세요.
효순미선평화공원조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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